인간이란 자유를 가진 존재로 스스로 규칙과 목적을 정하고 그것을 실행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제한된 공간과 자원을 사용하고 타자의 감시와 통제 속에 살아가야 하기에 마냥 '자유롭다'라고 하기엔 어색하다.
많은 사람들 틈에서 타인에게 맞춰가며 살아가다 보니, 이미 정해져 있는 삶에 나를 맞추는 것이 익숙해지고 오히려 '나'라는 존재와 마주하게 되면 '나'가 낯설고 외롭다는 느낌이 든다. 홀로 있어서 쓸쓸하다는 느낌이 아닌, 내가 판단하고 결정하며 사는 방법을 잊어버려 '나'라는 공간이 텅 비어 있다는 공허함이다.
본능을 억누르다 잊어버려 무기력해 보이는 '전시동물'의 눈을 마주할 때 느껴지는 그 느낌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나 됨'을 꿈꾸며 내가 동일시 하는 '전시 동물'들을 동물로서 존중 받을 수 있는 공간이 자연 속에 그려 넣는다.
그림 속 동물들은 닿을 수 없는 거리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타인인 나를 경계하듯, 궁금해하듯 눈을 맞춘다. 가까이 몸을 맞대고 체온을 나누지는 못하지만, 오히려 적당한 거리에 있을 때 서로의 다름에서 나오는 소중함을 인정하고 존중하게 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를 마주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타인을 벗어나 산다는 것, 타인의 시선에게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적당한 거리를 타인과 내가 건강하게 각자의 삶을 구성할 수 있는 힘이 생기지 않을까.
이런 바람으로 나는 나를 포함한, 모든 존재들이 내 안에 나를 마주하고 단단하게 지킬 수 있기를 바라며 숲 속 어딘가 자신의 고유한 삶을 누리며 살고 있을 동물들을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