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반려견이 있고 반려견과 산책을 하는 것이 나의 중요한 일상 중 하나이다.
시각에 의존하기 보다 후각에 따라 움직이는 그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니, 구석진 곳에 피어 있는 들꽃들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시선이 낮은 곳으로 향하니 덤불 사이에서 노는 작은 새들, 곤충들 그리고 또 다른 존재들의 흠적을 찾게 되는 습관이 생겼다. 눈에 띄지 않아 존재감을 느낄 수 없지만, 우리 주변에는 늘 작은 존재들의 소우주가 있다. 그 소우주를 알게 된 후, 항상 그 곳에 있었던 작은 덤불, 잡초가 우거진 풀 밭, 들꽃이 모여 있는 공간들이 전과 다르게 생명이 가득한 생태로 느껴졌다.
난 그들을 가까이에서 부분적으로 사진을 찍고 저장하여 그 사진들을 캔버스 위에 재 조합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분할된 화면들이 생기고 이들은 끊어지는 듯 연결되는 듯 관계성을 가지게 된다. 공간과 선의 끊어짐과 연결에 집중하며, 사진에 의존하기보다는 내 눈에 익숙한 자연의 모습을 상상하며 굵기와 힘이 다른 붓 터치와 오일 파스텔을 사용하여 손이 가는 대로 연결 지점을 만든다. 다양한 기법, 굵기가 다른 붓 터치와 오일 파스텔, 여러 재료가 어우러지며 이질적으로 느껴지던 색과 선들도 자연스럽게 그림 속에 녹아 든다. 캔버스를 채우는 각기 다른 요소처럼, 우리가 사는 곳도 다양한 성격과 특징을 가진 생명이 상호 작용하며 조화롭게 어울리고 하나가 되고자 한다.
그 하나가 되고자 하는 마음은 인간과 타 개체를 구분하는 사고에서 벗어나 이질적인 존재도 아우를 수 있는 더 큰 마음으로 나타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