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내일의 작가|최우수상 이플
“작고 낮은 존재들 속에서 발견한 삶의 성실함과 연결의 가치”
“작고 낮은 존재들 속에서 발견한 삶의 성실함과 연결의 가치”
이플 작가는 자신이 마주하고 관계를 맺는 세계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작가에게 세계는 우연히 마주치는,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풀로 표현됩니다.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하며 풀 사이에 숨겨진 작은 생명들을 발견하고, 이를 화폭에 담아내고자 합니다. 작가가 바라보는 풀은 작은 생명체에게 집이자 쉼터가 되어주는 존재로, 수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또 하나의 삶이자 우주로 이해됩니다.
📒 작가노트
나는 줄곧 내가 사는 세계가 어떤 곳인지, 내가 이 세계에서 어떤 존재인지, 다른 존재와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야 하는 지와 같은 질문들을 나 자신에게 던져왔다.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고민이 내 작업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었다.
반려견과의 산책이 주변에 존재하는 작은 무언가에 대해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되었다. 후각에 따라 움직이는 반려견을 따라 시선이 낮은 곳에 머무르다 보니 너무 작아서 그곳에 있는지도 몰랐던 잔디 씨앗, 들꽃 그 속에 쉬고 있는 곤충 등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직관적으로 보이는 큰 대상에 머물러 있던 관심이 작은 존재들로 옮겨가니 자연스럽게 그들의 모습을 찾고 들여다 보게 되었다.
그렇게 소소한 취미가 되어버린 ‘작은 존재 찾기’를 통해 풀의 삶을 알게 되었다. 풀은 비가 오든 눈이 오든, 항상 그 자리를 지키며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를 성실하게 살 아내고, 꾸준히 쌓아온 시간의 노력으로 작은 씨앗과 꽃 을 피워낸다. 그와 동시에 자기보다 작은 생명을 숨겨주고 보살펴 주기도 하며 자기보다 더 큰 나무를 위해 영양분을 머금기도 한다. 서로 몸을 기대어 만든 자리는 날아 가는 꽃씨의 안식처가 되고 작은 생명의 쉼터가 되는 작은 소우주로 탄생한다.
이 소우주는 화려하지 않은 초록의 중성색을 띠고 낮은 자리에 있어서 덜 중요하게 느껴지거나 사소하게 보인다. 그렇지만 삶을 대하는 그들의 성실한 태도와 타 생명을 어우르는 그 존재 가치는 결코 작지 않다. 그들의 존재 가치와 각자의 소중함은 애정 어린 시선으로 들여다보아야 알 수 있다.

이플, 풀 속에, Oil and oil pastel on canvas, 100x80.3cm, 2025

♡, Oil and oil pastel on canvas, 60.6x60.6cm, 2025

이플, 우연한 만남, Watercolor on paper, 36X26cm, 2025